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봄날은 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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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단한의원 작성일08-05-02 13:19 조회6,445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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봄날은 간다

동네 아파트에 팔도 장이 들어섰던 봄날 저녁에
퇴근길에 장모서리에서 홀로 막걸리 한 사발에 빈대떡 한 장 먹고 있었다
내 눈 앞에 어디서 많이 본 얼굴 내 딸 다시 보아도 내 딸이
멀대같은 녀석과 손잡고 다정히 걸어가는 것이었다
이 애비는 녀석들 길모퉁이로 사라질 때까지
오래 오래 바라보고 있었어
 딸아이가 나에게 들킨 것이었다
훈장 단 군인 아비처럼 야 이놈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
차마 하지 못하고
수줍음 많은 이 애비는 녀석들 당황할까봐
그저 딸이 홀로 술 마시고 있는 이  애비를 보지 않기를 바랬었다
저 큰 키에 비쩍 마른 녀석이 지 어미가 요즈음 말하던 그 녀석인 게로구나
큰 키에 기대어 가는 작은 키의 내 딸이 왜 그리 안쓰럽게 느껴지던지....

딸아 이미 사춘기 접어든 딸아
봄날 밤 남자 친구를 생각하는
달아 달아 밝은 딸아
지금 너희들 사랑이 이 세상 다 준다 해도 못 바꾸겠는
그런 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
한 사람에게만 향하는 그런 사랑 아니었으면 좋겠다
여러 남자 친구들도 골고루 만나보렴
순수한 사랑을 자꾸 아니다 아니다 하는
중 늙은 구닥다리 애비의 충고에 자칫
봄날 청춘의 사랑마저도 현실적이어야 하는 것이냐고
되묻지 말거라

그래 사랑도 리얼리즘이다
리얼리즘 아닌 시는  감동도 없듯이
리얼리즘 아닌 사랑은 위험하단다
리얼리즘 아닌 사랑은 바로 집착이란다
헤어질 때 서로를 증오할 수도 있는...
한 때의 눈먼 사랑이 아니길 내 딸에게 바라며

이 애비는 홀로 막걸리 따르며
그렇게 봄날을 보내고 있었단다



시작 조월태  2008, 5월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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