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晩秋 200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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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단한의원 작성일05-12-31 09:11 조회4,857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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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월태


1
일요일 오후
아이들 태우고 강화도 찾았네
해안 순환도로 변 곳곳에 장어구이 집
아무래도
이 늦은 가을의 悲哀엔
뱀장어 대신 비린 꼼장어 몇 토막에
막소주가 제격인 것 같아
이름 없는 포구 찾아 비 포장길 달렸네
아이들은 섬에서 피자를 구하려하네
나의 悲哀엔 빈대떡이나 묵 한 접시가 그럴 듯 한 것 같아
아내를 바라보았네
아내는 내 편인 듯 미소지었네

그 바닷가 가면 항상 그래
돌아오는 길
늘 몸살인 듯 춥고 쓸쓸했었어
오래 된 소금창고
물 빠진 포구 한 켠엔 낡은 목선
산발머리 갈대들
오, 만추의 낙조
울지도 않는 갈매기들
싱싱한 어린 고기 대신
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들...

2
또 가랑비에 젖는 일요일 오후
어제는 고향 집 들렸어
공부를 꼭 해야겠다는 아이들
공부하는 아이들 꼭 돌봐줘야겠다는 아내
두고 홀로 고향집 찾았었네
한의원 하는 막내아들에게
어머닌 박카스 한 박스와 인절미 건네 주시며
가다가 먹으라 하셨네

그제서야 비로소 혼자가 되었네
이 늦은 가을에 정말 혼자 되었네
금강 하구둑을 건너 충청도 길
晩秋의 悲哀에 빠져보기엔
빠른 고속도로보다
지방도 내륙 산간 길 종단이 제격인 것 같아
수천 수만의 오색 단풍을 스치며
이름 없는 지방도 산간 길 천천히 달렸네
시골 동네마다 주홍빛 주렁감들
다닥다닥
등불처럼 훤하였네
까치 밥은 아니었네
시골 촌부들도 晩秋의 정취 쯤은 다 알고있는 것이네
누군 따다 팔면 돈이 되는 것 모르나

은산 지났던가
산내면 지나면 산외면
칠갑산 길 달리며
참 아름다운데 내 목은 자꾸 울컥거렸네
내 찾고자 헤매던 晩秋의 悲哀가
바로 내 속에 있음을 알았네
내 모든 허물이 내 悲哀의 근원임을 알았네
끼어 들겠다고 불 번쩍이며 중앙선 넘어오는
코란도의 허물도 내 비애인 양 여겨져
밉지 않게 길 한 켠으로 비켜주었네

볕이 잘 드는 남양 읍 지나
유구 온양에 이르렀네
온양 역 철둑길 향하는 좁은 사거리 길
연신 끼어 드는 차량들
난 어리석은 듯 그들을 보내주었네

장열하게 불타는 가을 나무들
마지막 사열하듯 종일 차 달렸었네
마곡사에서의 空虛
늦가을 가랑비 내리는 칠갑산 어느 산모퉁이에 홀로
남겨진 나는
나의 허물이 바로 이 가을의 悲哀임을 알았네

온양쯤에선
끼어 드는 차 불빛도 따스했었네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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